「조커」에서 아서 플렉이 긴 야외 계단을 내려오며 추는 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분명 한 인간이 무너져 빌런이 되는 순간인데, 카메라는 그 장면을 해방의 춤처럼 담아냅니다. 토드 필립스가 2019년에 내놓은 이 작품이 왜 그토록 격렬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는지, 강점과 한계를 함께 짚어 봅니다.

- 감독: 토드 필립스
- 주연: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재지 비츠, 프랜시스 콘로이
- 개봉: 2019년
- 장르·등급: 범죄·심리 스릴러 · 15세 관람가 · 122분
- 음악: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
- 수상: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음악상
- 시청: 국내 주요 OTT 및 디지털 구매·대여로 관람 가능
코믹스 빌런의 탈을 쓴 사회 드라마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이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영화의 몸체는 슈퍼히어로물과 거리가 멉니다. 카메라가 끝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망토도 범죄 조직도 아니라,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아무도 웃어 주지 않는 한 남자의 하루하루입니다. 정신질환과 가난, 복지 예산 삭감으로 약마저 끊기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위에서 폭력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예고된 결과처럼 도착합니다.
이 영화가 끝내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 진짜인가'입니다. 영화는 곳곳에서 우리가 본 장면이 아서의 머릿속 환상인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흔들어 놓고, 그 경계를 끝까지 봉합하지 않습니다. 필립스는 객관적 사실을 일부러 흐려 둠으로써, 아서의 시선에 동조할지 말지를 관객 스스로 고르게 만듭니다. 계단을 내려오며 추는 그 춤이 추락인지 승리인지조차 관객의 몫으로 남기지요. 이 의도된 모호함이야말로 「조커」가 단순한 빌런 기원담을 넘어서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스코세이지의 그림자, 그리고 미화 논란
다만 이 영화를 마냥 독창적이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1980년대 초 고담의 우중충한 질감, 토크쇼를 향한 집착, 망상과 현실의 흐릿한 경계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을 노골적으로 빌려 옵니다. 그 두 영화의 주연이었던 로버트 드 니로를 토크쇼 진행자로 캐스팅한 것은 헌사이자, 동시에 이 영화가 얼마나 선배들에게 기대고 있는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 무거운 비판은 영화의 태도에 있습니다. "사회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들여다보면 의외로 단순합니다. 아서의 폭력이 추종자를 낳고 도시가 그를 영웅처럼 떠받드는 후반부는, 소외된 남성의 분노를 통쾌한 반란으로 포장한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 불편함을 '의도된 도발'로 옹호할 수도 있지만, 영화가 그 분노에 충분한 비판적 거리를 두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빙의에 가까운 연기와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첼로 중심 스코어가 이 위태로운 줄타기를 끝까지 떠받치지만, 한편으로는 연기와 분위기가 빈약한 사유를 가려 준다는 인상도 남습니다.
이런 분께 권하고,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장르적 쾌감보다 한 인물의 심리적 붕괴를 끝까지 응시하는 영화를 원하는 분, 배우의 연기 그 자체를 보러 가는 분께 권합니다. 반대로 히어로물의 액션과 통쾌함을 기대하거나, 폭력·정신질환의 어두운 묘사에 민감한 분께는 망설여집니다. 러닝타임은 122분, 등급은 15세 관람가이지만 정서적 수위는 그 이상으로 무겁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현재 국내 주요 OTT와 디지털 구매·대여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영화의 위치가 또렷해집니다. 같은 캐릭터를 정반대로 그린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동기를 알 수 없는 '혼돈의 화신'이라면, 「조커」의 아서는 철저히 동기를 설명당하는 '사회의 산물'입니다. 두 조커를 나란히 두면 빌런을 신비로 남길 것인가 해부할 것인가라는 정반대의 선택이 보입니다. 한편 소외된 남자의 분노가 집단적 폭력과 추종으로 번지는 구조에서는 「파이트 클럽」과 놀랍도록 닮아 있어, 두 영화를 겹쳐 보면 「조커」의 문제의식과 그 한계가 동시에 드러납니다.
균형 잡힌 마무리
「조커」는 배우의 연기와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만, 그 화려함이 가린 메시지의 얄팍함과 미화 논란까지 끌어안아야 정직한 평가가 됩니다. 빌런의 탄생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끝내 답하지 않은 채 관객에게 떠넘기는 영화입니다. (★★★☆☆)